
오늘은 내가 꿈꾸는 경제적 자유와 관련 되어 조금 진지해진 글을 쓸 예정이다.
불과 몇 주 사이에 정반대의 헤드라인이 지면을 채웠다. 7월 초만 해도 "하반기 1600원선까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그리고 며칠 뒤, "환율 37거래일 만에 1400원대 터치"라는 기사가 떴다.
숫자만 보면 극적인 반전이다. 그러나 내용을 들여다보면 이야기는 조금 다르다. 그날 종가는 1498.5원이었고, 장 마감 이후 트럼프 대통령의 이란 관련 발언이 나오자 야간거래에서 환율은 다시 1500원대로 올라섰다. 1400원대에 '내려앉은' 것이 아니라, 1400원대를 '스치고' 돌아간 것이다.
참고로 올 상반기 평균 환율은 1484.6원, IMF 외환위기 이후 28년 만의 최고 수준이었다. 지금 우리가 목격하는 것은 하락이 아니라, 고환율 국면 안에서의 일시적 되돌림에 가깝다.

1. 무엇이 환율을 끌어내렸나 — 시장 요인부터
나는 정치를 뺀 경제는 논하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나랏님들의 말 한마디와 정책의 방향이 국정을 운영하는 것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지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좌우 내려놓고 공정하게 바라본 이번 하락에는 분명한 시장 요인이 있었다.
가장 직접적인 계기는 SK하이닉스의 미국 주식예탁증서(ADR) 상장을 앞둔 대규모 달러 자금 유입 기대가 선반영된 것이었다. 여기에 외국인 투자자의 국내 증시 순매수 전환이 겹쳤다. 실제로 재정경제부는 주요 반도체·중공업 기업들의 선물환 매도 물량이 시장에 대규모로 출회되면서 외환시장 수급이 개선되고 쏠림 현상이 완화되고 있다고 평가했다.
즉, 달러 공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이 부분까지 부정하면 논의가 성립하지 않는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이 공급 증가가 시장의 자발적 판단이었는가, 아니면 정책적 압박의 산물이었는가.
2. 그리고 정부가 한 일
시계를 한 달 앞으로 돌려보자. 6월 11일, 재정경제부는 '외환시장 관련 수출기업 간담회'를 열었다.
이 자리에서 정부는 기업들에게 수출대금의 즉시 환전과 해외 유보자금의 국내 유입 확대를 요청했다.
표현은 '요청'이다. 그러나 재정경제부 차관이 주재하는 자리에 불려 나온 수출기업들에게 이것이 어떤 무게로 다가왔을지는 짐작하기 어렵지 않다. 당시 이를 두고 '기업 옥죄기의 되풀이'라는 비판이 제기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여기서 주목할 대목은 기업들의 반응이다. 정부가 신속한 환전을 당부했음에도, 5대 은행의 기업 달러예금 잔액은 543억 7100만 달러로 3년 5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고환율과 변동성 탓에 기업들이 매도 시점을 미룬 결과다.
메시지는 명확하다. 기업은 정부의 요청이 아니라 자신의 손익 계산에 따라 움직인다. 달러를 쥐고 있는 것이 합리적이라고 판단하면, 간담회를 몇 번 열어도 달러는 나오지 않는다.
시장가격은 설득의 대상이 아니라 계산의 결과다. 이것이 이번 국면이 남긴 첫 번째 교훈이다.
3. 진짜 문제는 구조에 있다
더 근본적인 질문으로 가보자. 왜 한국은 이렇게 달러가 귀해졌는가.
그쪽 진영의 논리라면 지금 원화는 강세여야 한다. 올해 4월까지 누적 경상수지는 1026억 달러 흑자로 사상 최대 수준이었다.
과거의 공식은 단순했다. 경상수지 흑자가 나면 수출기업이 달러를 들여와 원화로 바꾸고, 외환시장에 달러 공급이 늘어 환율이 내려간다. 경상수지 흑자가 환율의 안정판 역할을 해온 이유다.
그런데 이 공식이 더는 작동하지 않는다. 수출로 번 달러가 현물환시장으로 흘러들지 않고 기업 내부에 머무는 기간이 길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 큰 흐름이 있다. 미 재무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6월까지 최근 4개 분기 동안 한국 민간의 해외 포트폴리오 순유출은 1,070억 달러로 두 배 이상 증가했다. 2026년 1~4월에도 거주자의 해외증권 순투자가 343.3억 달러를 기록했다.
정리하면 이렇다. 한국 전체에 달러가 없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 달러가 국내 현물환시장으로 오지 않고 밖으로 나가고 있다. 그래서 한 분석은 현재의 1500원대를 한국 경제의 생산성과 무역 경쟁력이 만든 장기 균형가격이 아니라, 구조적으로 증가한 해외투자 수요에 위험 프리미엄이 얹힌 가격으로 봐야 한다고 진단한다.
자본은 왜 나가는가. 국내에 두는 것보다 밖에 두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판단을 바꾸지 않는 한, 환전 독려도 구두개입도 증상 완화제에 그친다.

4. 그래서 다시 오른다고 보는 이유
이 지점에서 개인적인 전망을 밝힌다. 나는 지금의 1400원대가 오래가지 않으리라 본다.
근거는 세 가지다.
첫째, 이번 하락의 상당 부분이 일회성이다. 특정 기업의 ADR 상장 같은 이벤트성 달러 유입은 반복되지 않는다.
실제로 그날 밤 대외 악재 한 건에 환율은 곧바로 1500원대를 회복했다.
둘째, 개입은 재고를 소모한다. 지난해 말에도 기획재정부와 한국은행의 고강도 개입 시사와 국민연금의 전략적 환헤지로 환율이 1440원대까지 급락한 바 있다. 그러나 2026년 들어 환율은 1400원대 후반까지 올랐다가 급락하고 다시 오르는 롤러코스터 흐름을 반복하고 있다. 눌러도 다시 올라온다는 뜻이다. 개입은 방향을 바꾸지 못하고 변동성만 키운다.
셋째, 구조 요인이 그대로다. 자본 유출의 유인이 남아 있는 한, 개입으로 만든 저환율은 유지 비용만 늘린다.
여기에 연말이 되면 은행의 BIS 비율 등 건전성 지표 관리를 위해 정부가 환율에 개입할 가능성이 다시 거론된다.
목적이 환율 안정이 아니라 지표 관리라면, 그렇게 만들어진 숫자를 시장가격이라 부르기는 어렵다.
시장은 눌린 스프링을 기억한다. 인위적으로 억눌린 가격은 압력이 풀리는 순간 더 큰 폭으로 되돌아간다는 것이 반복해서 확인된 경험칙이다.

5. 반론도 함께 봐야 한다
물론 반대 전망도 만만치 않다. 균형을 위해 함께 적는다.
무역수지 개선이 환율 상단을 제한한다는 시각이 있다. 2026년 한국 무역수지는 780억 달러 흑자가 전망되며, 이 점이 상승을 막는 요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통화정책 변수도 있다. 미국 기준금리가 하반기 2%대 후반까지 내려갈 경우 원·달러 환율이 1300원대 중후반까지 내려갈 여지가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글로벌 투자은행들의 향후 1년 평균 전망치는 1420~1440원 수준이다. IMF가 추정한 적정 환율은 1330원선이다.
정부도 1500원을 넘는 급격한 상승에는 강한 경계감을 갖고 있다는 평가가 있다. 무제한 상승을 방치하지는 않으리라는 뜻이다.
즉 "무조건 1800원"이라고 단언할 근거는 없다. 다만 나는, 구조 요인을 손대지 않은 채 개입으로 눌러온 가격이 언젠가 대가를 치른다는 쪽에 무게를 둔다. 그 시점과 폭은 누구도 정확히 알 수 없다.
마무리 | 가격은 신호다
환율은 그 나라 경제에 대한 세계의 평가가 압축된 숫자다.
숫자가 마음에 들지 않을 때 숫자를 누르는 것과, 평가를 바꾸는 것은 전혀 다른 일이다.
자본이 나가는 이유를 없애면 환율은 스스로 내려온다.
그 이유를 그대로 둔 채 기업을 불러 환전을 독려하는 것은, 체온계를 흔들어 열을 내리려는 시도에 가깝다.
정부가 7월 중 원화를 '규제통화'에서 '자유교환통화'로 전환하는 원화 국제화 로드맵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한다.
방향 자체는 시장 친화적이다. 문제는 한쪽에서 규제를 푸는 동안 다른 쪽에서 창구지도를 계속한다면,
시장이 어느 쪽을 정부의 진심으로 받아들이겠느냐는 점이다.
여러분은 어떻게 보시는지 궁금하다. 지금의 1400원대가 안정의 시작이라고 보는가, 아니면 잠시 눌린 스프링이라고 보는가.
댓글로 의견을 나눠주시면 좋겠다.
※ 이 글은 필자의 개인적인 견해이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환율 전망은 대외 변수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으므로, 투자 판단과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인용된 수치는 작성 시점 기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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